Waterman 은 경성 닙의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최고의 브랜드입니다.
모든 제품들이 나름의 디자인적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, 그 중에서도 Carène 은 특유의 닙 모양 덕분에 더욱 유명합니다.
물살을 가르며 질주하는 요트의 형상 어쩌고 하는데, 제가 보기엔 그냥 사람 손톱입니다...
사진으로 봐도 썩 멋져 보이진 않는데, 직접 보시면 더 실망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.

하지만 이 제품의 진가는 직접 손에 쥐고 써볼 때 드러납니다.
매끄럽고 탄탄하면서도 아주 부드러운 필기감은 비슷한 급의 다른 브랜드 제품들과 비교해도 유독 두드러집니다.
거기다 닙의 구조 상 뚜껑을 오래 연 상태에서도 쉽게 마르지 않으며 (물론 안 마를 수는 없음),
무게 밸런스도 잘 맞춰져 있습니다. 잉크 흐름도 이 가격대 제품답게 당연히 좋은 편입니다.
Waterman 답게 필기 시 라인이 상당히 가늘다는 것도 장점이 되죠.

단점이라면 이 놈의 닙이 사실상 본드로 붙여 놓은 것이기 때문에 언제 떨어질 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.
Waterman 제품들이 해외에 비해 국내 가격대가 많이 높긴 합니다만,
이것만큼은 보다 원활한 수리를 위해 국내에서 구매를 하시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생각됩니다.

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게 존재하고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겠습니다만,
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만년필 중에선 Carène 만큼 자주 쓰는 물건이 없습니다.
그만큼 제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.
다른 사람에게 추천할까를 고민하기 이전에 한 글자라도 더 써 보고 싶은, 그런 느낌의 만년필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