약간 비싸긴 하지만 과도하지 않고, 베이직하면서도 실용적인 잉크입니다.
종이를 크게 가리지 않으며 점도도 적당하고 페더링이나 블리딩 문제도 없습니다.
많이 Wet 한 잉크다 보니 마르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고 결과물에 물이 묻으면 바로 번져버리긴 하지만,
개인적으로 이걸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. 이런 걸 못 참으시는 분이라면 애초에 만년필을 안 쓰실 테니까요.
데일리 잉크로 삼기에 아주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.

가장 진하고 선명한 검은색을 내 준다는 점 때문에 국내 만년필 사용자들 사이에선 이 잉크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.
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, 한국인들은 아주 진하고 셰이딩이 거의 없으며 채도가 아주 높은,
말하자면 중성펜이나 볼펜으로 쓴 것 같은 느낌의 잉크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.
Aurora Black 은 안료 (Pigmint) 잉크 같은 걸 제외하면 그런 특성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잉크에 속합니다.
국내 만년필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도 그것이겠지요.
만년필로 쓴 글씨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저는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건 개인의 취향 문제일 뿐이고,
가는 펜으로 작게 글씨를 써서 기록, 공유를 해야 하는 상황에선 최적의 잉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.

참고로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막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극단적인 블랙은 아닙니다만,
이 정도면 충분히 진합니다. 완전히 마르고 난 뒤의 결과물을 보시면 만족하실 겁니다.
(이보다 더욱 진한 걸 원하신다면 결국엔 세일러 극흑 같은 걸로 가야 합니다)
Parker Quink 같은 거 쓰다가 이거 써 보면 '아, 나는 지금까지 물에다 잉크를 타서 쓰고 있었구나' 라는 반성(?)을 하시게 됩니다.